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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믹스 모형(Marketing Mix Modeling, MMM)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의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예측하기 위해 고안된 통계적 기법입니다. 이러한 MMM은 여러 채널의 ROI를 계산하고 예산 배분의 최적화를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실무에서 자주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는 TV광고 효과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TV광고 효과의 과대평가: 단순한 착시가 아니다
1. 모형 설계 상의 한계
MMM은 다중 회귀 분석 계열의 기법을 사용하여 독립변수(마케팅 활동)와 종속변수(판매 실적 등) 간의 관계를 도출합니다. 그런데 이때 다음과 같은 설계상의 제약이 존재합니다.
- 공변량 문제(Collinearity): TV광고는 종종 다른 마케팅 활동들과 동시에 집행됩니다. 예를 들어, TV광고가 나가는 주간에 프로모션, 디지털 캠페인, 리테일 프로모션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변수 간 상관관계가 높을 경우, 회귀모형은 어느 변수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배분할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노이즈가 큰 채널(예: TV)에 더 큰 설명력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과거의 잔존 효과(Carryover Effect): TV광고는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잠재적인 인지 상승이나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모형이 잔존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일정 시점의 판매 증대가 과거 TV광고에 잘못 귀속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2. TV광고의 스케일 효과
- TV는 대중매체 중에서도 여전히 도달 범위가 넓고, 단기간에 높은 도달률을 자랑합니다. MMM은 광고의 ‘노출 수’를 기반으로 효과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단순히 도달률이 높은 채널이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 예를 들어, TV광고가 대대적으로 집행된 기간에는 자연적으로 트래픽이나 매출이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는 TV광고 자체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마케팅 시너지 혹은 시즌성(예: 연말연시, 명절 시즌)**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3. 측정 지표의 한계
- MMM은 보통 오프라인 매출, 또는 집계된 판매량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TV광고는 특정 행동(예: 앱 설치, 사이트 방문)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품 선호도와 같은 간접 KPI에 영향을 줍니다. 이 간접 KPI가 실제 판매로 연결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과도하게 TV의 기여가 판매와 직접 연결된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 반면 디지털 광고는 명확한 클릭, 전환 등의 추적이 가능하지만 MMM에서는 데이터 노이즈가 심해 보일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4. 지연 효과(Lag Effect)의 처리 오류
- TV광고는 실제 반응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며칠에서 수주 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형이 이 지연 효과를 적절히 반영하지 않으면, 판매 상승이 TV광고의 직접적 결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반면 검색광고나 리타게팅 광고는 즉각적인 반응이 많은데, 이러한 반응성이 높은 채널은 모형상 효과가 낮게 추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모형이 반응의 ‘속도’보다는 ‘총량’ 중심으로 효과를 배분하기 때문입니다.
5. 기본적으로 TV는 예산이 크다
- 통상적으로 TV광고는 다른 매체에 비해 예산 투입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MMM에서는 입력값(예산, GRP 등)이 크면 효과도 클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예산 규모 자체가 효과 추정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 따라서 TV광고가 실제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고정된 큰 예산이 투입된 경우에는 모형 상 효과가 과대 추정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실무에서의 대안: TV 효과의 왜곡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
MMM을 개선하고 TV광고의 기여도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1. 디지털 신호와의 통합 분석
- TV광고가 집행된 직후의 검색량, 웹사이트 방문, SNS 언급량 등을 함께 분석하면 보다 정확한 간접효과 측정이 가능합니다.
- 예: TV 광고 후 검색량이 증가하고, 이 검색량이 실제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하는 방식.
2. TV광고 효과의 비선형 함수 적용
- 광고 노출량에 따라 효과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도입해, 특정 수준 이상의 도달률에서는 포화 효과(Diminishing Return)를 반영하도록 합니다.
- 예: S-curve 또는 log 함수 기반의 변환을 통해 현실적인 반응 곡선을 모형에 반영.
3. 지연 변수(Lag Variable) 및 잔존 효과(Carryover)의 명확한 분리
- 시간차를 두고 반응하는 채널은 별도의 변수로 분리하여, 광고 후 일정 기간 동안의 효과를 분산시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4. 실험 기반의 보정 기법 도입
- 지역 단위로 광고를 집행하고, 광고가 없는 지역과의 차이를 비교하여 보다 정교한 효과 측정을 수행합니다. 이를 'Geo Experiment' 또는 'Market Test'라고 하며, MMM 보정에 유용합니다.
5. 베이지안 접근 방식의 채택
- 기존의 선형 회귀 기반 분석을 넘어서, 사전 정보(prior knowledge)를 반영할 수 있는 베이지안 회귀 모델을 활용하면 TV광고의 효과에 대한 가정을 더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데이터에 휘둘리지 말고, 맥락을 읽어야 할 때
마케팅 믹스 모형은 분명히 강력한 분석 도구입니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만능 도구는 아닙니다. 특히 TV광고와 같은 매스 채널의 경우, 단순 수치만으로 효과를 판별하려 하면 오히려 왜곡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보는 눈입니다. 숫자 이면에 있는 마케팅 맥락, 소비자 심리, 그리고 다양한 채널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 MMM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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