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시간차 분석

조제복 2025. 5.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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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끊긴 다음, 가격은 언제 움직이는가?”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Global Supply Chain Shock)에 직면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콩-중국 통관 지연, 수에즈운하 봉쇄 등은 전 세계 생산과 운송의 흐름을 단절시켰고, 그 여파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충격이 즉각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몇 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차(Lag)**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본 글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시계열적 관점경제모형을 활용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조망하고, 기업과 정책당국이 어떻게 이 시간차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의 정의와 특징

공급망 충격은 크게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1. 생산 측면의 충격
    • 원자재, 부품, 중간재의 공급이 중단됨
    • 예: 반도체 부족 사태, 석유 수출 제한
  2. 물류 측면의 충격
    • 항만 정체, 운송 지연, 비용 폭등
    • 예: 해상 운임 지수(SCFI, FBX 등) 급등

이러한 공급망 충격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 물가에 파급됩니다:

Global Supply Shock→Intermediate Goods Price→Producer Price Index (PPI)→Consumer Price Index (CPI)

즉,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의 변화는 **공급망 붕괴 이후 수개월의 지연(lag)**을 동반하는 구조입니다.


시계열 분석을 통한 시간차 추정

공급망 충격과 CPI의 시차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VAR(Vector Autoregression), Granger Causality Test, Cross-correlation Function(CCF) 등을 활용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는 실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된 일반적인 시간 지연입니다:

충격 요인 CPI 반영 시차(평균)

해상 운임 상승 약 3~6개월
반도체 수급 차질 약 6~12개월
국제 유가 급등 약 1~2개월
식료품 공급망 혼란 약 2~4개월
원자재(금속, 화학 등) 가격 상승 약 4~7개월

특히 **공급망 혼란 → 생산자물가(PPI) → 소비자물가(CPI)**로의 전달 과정에서는, 생산자들이 가격을 전가하는 방식과 시점에 따라 시차가 달라집니다. 기업의 마진율, 시장 점유율, 소비자 가격 민감도에 따라 이 전이 과정은 늦춰지거나 증폭되기도 합니다.


실증 사례: 팬데믹과 CPI 사이의 시차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에는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물가는 오히려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부터:

  • 해운 운임은 2020년 6월부터 급등했지만
  • CPI는 2021년 1~2분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공급망 충격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6~9개월의 시차가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공급망 스트레스 지수(GSCPI)와 CPI의 상관관계

미국 뉴욕연준이 개발한 **글로벌 공급망 스트레스 지수(GSCPI)**는 공급망의 붕괴 정도를 정량화한 지표입니다. GSCPI는 다음과 같은 변수들을 포함합니다:

  • 해운 운임 지수
  • 수출입 납기 시간
  • 제조업 PMI 공급지수
  • 교역량

연구에 따르면, GSCPI와 미국 CPI의 상관관계는 최대 6~8개월의 시차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이는 Granger Causality Test에서도 선행지표적 역할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왜 시간차가 발생하는가?

  1. 가격 전가 전략의 지연
    기업은 원가 상승 시 소비자 가격에 이를 전가할지를 고민합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가격 전가가 느리게 진행됩니다.
  2. 계약 구조의 경직성
    B2B, 도매 유통 등에서는 계약 단위가 분기 또는 반기로 체결되어 있어, 비용 변화를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3.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
    에너지 요금, 통신비, 공공서비스 등은 국가의 가격 통제 정책 하에 있으며, 일시적으로 CPI 상승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4. 소비자의 지연된 반응
    소비자는 일정 수준까지 가격 인상을 수용하다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가면 소비 패턴을 변경하며 CPI에 영향을 줍니다.

기업 및 정책당국의 대응 전략

기업의 경우:

  • 선제적 가격 조정 시나리오 운영: 공급망 비용 상승 예측 시, 소비자 가격 인상 로드맵을 미리 구성
  • 다변화된 공급망 확보: 특정 국가나 항로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조 설계
  • 재고 전략 최적화: 긴급시 사용할 수 있는 버퍼 재고를 운영하며 가격 충격을 흡수

정책당국의 경우:

  • GSCPI, 해운지수 등 선행지표 적극 활용
  • 에너지 및 식료품 분야의 임시 보조금 정책으로 CPI 급등세 완화
  •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강화 (예: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명확화)

결론: 시간차를 이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공급망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피할 수 없는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이 시차는 각 산업과 상품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이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 기업의 가격 전략 및 정책당국의 통화정책 설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반응보다는 시계열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며, 공급망과 물가 간의 동태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델링할 수 있는 능력이 향후 경제 안정성 확보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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